본문 바로가기
직장인 이야기

책임은 많고 권한은 없는 직급, 어떻게 버틸까?

by 세상에 이럴리가 2025. 3. 21.
반응형

책임은 많고 권한은 없는 직급, 어떻게 버틸까?

요즘 출근할 때마다 머리가 지끈거린다. 위에서는 실적 압박을 주고, 아래에서는 “이건 어떻게 해요?”라고 묻기만 한다. 그렇다고 내가 결정권이 있는 것도 아니다. 선배들은 대충 방향만 던져주고, 후배들은 기대만큼 움직이지 않는다. 결국 실무는 전부 내 몫이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도 내가 져야 한다.

 

솔직히 대리라는 직급이 이렇게 애매한 포지션일 줄 몰랐다.

사원일 때는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면 됐다. 팀장급은 적어도 결정권이라도 있다. 그런데 대리는 책임은 잔뜩 지는데, 정작 결정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이럴 거면 그냥 선배들이 직접 하면 안 되나 싶다가도, 그런 말 한마디 하면 “그걸 네가 해결해야지 그러니 대리지.”라는 답이 돌아온다.

 

내가 맡은 프로젝트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선배는 기획 방향을 대충 던져놓고, 세부적인 건 “네가 알아서 정리해 봐”라고 했다. 처음엔 내 의견을 존중해 주는 건가? 싶었지만, 결국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이라는 걸 깨닫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후배들은 일이 어렵다며 하나부터 열까지 다 물어보는데, 도와줘도 고마워하는 줄 모르고, 뭐라고 하면 서운해한다.

 

결국 선배들의 기대와 후배들의 불만 사이에서 내가 모든 걸 다 떠안는 역할이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여기서 무너지면 앞으로도 똑같이 당할 것 같았다. 대리, 과장급이 가장 힘든 이유는 역할과 권한의 불균형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 애매한 상황을 버틸 수 있을까?

 

 

 


1. 선배의 ‘떠넘기기’에 당하지 않는 법

선배들은 때때로 “네가 알아서 해”라는 말을 남발한다. 처음엔 내가 능력을 인정받아서 그런 줄 알았지만, 나중에 보니 그냥 책임 회피용이었다. 이런 상황을 피하려면 다음 두 가지 원칙을 정해야 한다.

 

첫째, 애매한 업무 분배는 처음부터 명확하게 잡아야 한다.
예를 들어, 선배가 “이 부분 네가 정리해 봐”라고 하면, 그냥 수락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되묻는다.


“제가 정리한 후 검토해 주시는 건가요, 아니면 제가 최종 결정까지 하면 되나요?”
이렇게 하면 선배가 책임을 떠넘기려는 건지, 단순히 실무를 맡기는 건지 판단할 수 있다.

 

둘째, ‘그 부분은 제가 결정할 권한이 없습니다’라는 말을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대리는 실무자이면서도 팀을 대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그러니 선배들이 “이렇게 진행하자”라고 말하면, 아무 생각 없이 수락하지 말고 이렇게 말하는 게 좋다.


“이 부분은 팀장님 의견도 필요할 것 같은데, 먼저 논의해 보실까요?”


이렇게 하면 애매한 책임을 피하고, 논의 과정을 공식화할 수 있다.

 

 

 

 


2. 후배의 ‘받기만 하는 태도’에 대응하는 법

후배들은 도움을 받아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조언을 하면 서운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신입이었을 때는 선배들이 조언을 해주면 감사한 마음이 컸는데, 요즘 후배들은 “잔소리인가?” 하고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선배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내가 꼰대인가? 싶을 때도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스스로 답을 찾게 만드는 질문”이다.


예를 들어, 후배가 “이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물으면, 그냥 답을 주지 말고 이렇게 되물어야 한다.
“너라면 어떻게 할 것 같아?”
“혹시 고민해 본 방법이 있어?”
이렇게 하면 후배가 먼저 생각해 보고 의견을 말하게 된다.

처음에는 대답을 못할 수도 있지만, 자꾸 이런 방식으로 유도하면 결국 스스로 해결하는 힘이 생긴다.

 

 

또한, “내가 도와줄 수는 있지만, 대신 해줄 수는 없다”는 태도를 명확히 해야 한다.
“이 부분은 네가 직접 해봐야 경험이 될 것 같아. 내가 피드백은 해줄게.”
이렇게 하면 후배가 계속해서 도움만 받으려는 태도를 고치고, 책임감을 가지게 된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안된다고 해서 화내지말고 마음에 참을 인을 새기며 인내하자. 그 대신 윗 상사에게 고충을 토로하고 조언을 구해보자. 

 


3. 결정권 없이 책임만 많은 상황에서 버티는 법

대리는 팀의 허리 역할을 한다. 위에서는 지시가 내려오고, 아래에서는 질문이 쏟아진다.

그런데 문제는 대리가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릴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이래서 대리급 이직률이 높은거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분명히 구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팀장이 “이거 네가 정리해서 결정해”라고 하면, 바로 받아들이지 말고 이렇게 답하는 것이 좋다.


“제가 결정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해 주시면, 그 안에서 해결해 보겠습니다.”
이렇게 하면 책임이 애매하게 넘어오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

 

또한,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항상 이메일이나 문서로 남기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진행하겠습니다. 혹시 추가 의견 있으시면 말씀 주세요.”
이렇게 하면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명확해지고,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내가 임의로 결정한 게 아니다’라는 근거를 남길 수 있다. 이건 진짜 반드시 필요하다.

 


4. 대리로서 살아남기 위한 현실적인 태도

이직을 고민할 때, ‘대리가 힘든 게 이 회사만의 문제일까?’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주변 친구들을 보니, 어느 회사든 대리급은 힘들다고 한다. 결국 이 시기를 어떻게 버티느냐에 따라 커리어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첫째, ‘모든 걸 내 책임으로 끌어안지 않기’
대리는 책임이 있지만, 최종 결정권자는 아니다. 그러니 모든 걸 내 몫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위로 넘길 건 넘겨야 한다.

 

둘째, ‘혼자 해결하려 하지 않기’
어려운 일이 생기면 혼자 끙끙 앓기보다는 팀원들과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배, 후배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면 생각보다 해결책이 쉽게 나올 수 있다.

 

셋째, ‘다른 대리들과 정보 공유하기’
같은 직급의 동료들과 경험을 나누다 보면, 예상치 못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대리들은 같은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된다.


 

결국 이 시기를 잘 넘기는 사람이 성장한다. 버티면 승리한다.

대리는 회사에서 가장 힘든 직급 중 하나다. 하지만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이후 커리어가 달라진다. 모든 걸 혼자 짊어질 필요는 없지만, 이 과정을 통해 리더십을 배우고, 조직에서 살아남는 법을 익히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때때로 “그만둘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나보다 먼저 이 단계를 거친 선배들은 결국 한 단계 더 성장해 있었다. 그러니 오늘도 버틴다. 그리고 버티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 내가 더 지혜롭게 이 상황을 컨트롤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