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능력보다 정치력이 높은 동료를 상대하는 법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다양한 유형의 동료를 만나게 된다. 실력이 뛰어난 사람도 있고, 묵묵히 자기 몫을 해내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그보다도 눈에 띄는 건 '정치력'이 강한 사람들이다. 나는 그런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결을 가진 성향이다.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막 살가운 편도 아니기도 하고 웬만하면 사람들과 조화롭게 지내려 하고, 뒷말을 잘 하지 않으려 애쓴다. 괜한 말이 나와봤자 득이 될 건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생활이라는 게 나 혼자 그런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원칙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아주 뼈저리게 느낀 사건이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꽤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 당시의 감정은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리고 이 글은 그 경험을 회고하며, 같은 상황을 겪는 누군가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정리해본다.
1. 모든 게 괜찮아 보였던 입사 초
나는 같은 날 입사한 동기가 있었다. 첫 인상은 무척 좋았다. 밝고 활기차며, 누구에게나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워낙 친화력이 좋다 보니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미 부서 사람들과 두루두루 잘 어울리고 있었다. 나 역시 처음엔 그 에너지에 이끌려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곤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가 나에게 다른 동료들의 이야기를 슬쩍 흘리기 시작했다. "사실 저 선배는 저런 면이 좀 있어", "저 사람은 전에 프로젝트 때 실수한 적 있었어" 같은 말들이었다.
처음엔 별생각 없이 들었지만, 점점 그 말들이 교묘하게 뒷담화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작 본인은 비난하지 않는 것처럼 말하면서도, 듣는 사람에게 미묘한 인식을 심어주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나는 어느 순간부터는 조금씩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인사와 필요한 대화 외에는 깊게 엮이지 않으려 했고, 무언가 이야기를 하려 하면 그저 웃으며 넘겼다. 당시에는 그게 나름의 방어라고 생각했다.
2. 뜻밖의 소문과 두 달간의 침묵
그러던 어느 날, 회사에서 내 이름이 이상한 방식으로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내가 맡은 프로젝트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였다. 더 심각했던 건, 그 실수가 조직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었고, 내게 책임이 있다는 식의 소문이 돌고 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 사실을 확인했지만, 해당 오류는 내가 아닌 그 동기가 담당했던 부분이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의 시선은 이미 나에게로 향해 있었고, 그 누구도 내 말을 먼저 들어주지 않았다.
해명하려 해도 다들 "음... 그래도 조심했어야지" 정도의 반응이었다. 내 입장에서는 정말 말이 안 되는 일이었고, 억울하고 분했다. 처음엔 당황스러웠고, 점점 화도 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 감정은 무력감으로 바뀌었다. 그 두 달 동안은 정말 회사에 나가기도 싫었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조차 모르겠는 상황에서 점점 스스로가 위축되기 시작했다. 퇴사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실제로 이직을 위해 이력서를 작성해보기도 했다.
3. 진실이 밝혀진 순간
시간이 조금 흘러 다른 프로젝트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생겨 팀장이 문제가 있음을 알고 사건의 전말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결국 그 동기가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나에게 덮어씌우기 위해 교묘하게 말을 돌리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몇몇 사람에게 내가 실수한 것처럼 말했고, 그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졌던 것이다. 사내에서는 공식적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그 동기는 징계를 받게 되었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자진 퇴사했다.
나는 결국 누명을 벗었지만, 그 두 달의 시간은 다시 돌릴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겪었던 감정은 나에게 아주 깊은 상처로 남았다. 많은 사람들이 진실을 알게 된 이후 나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했지만, 그 말조차 공허하게 들릴 만큼 마음속의 허탈함은 컸다.
4. 정치적인 사람에게 대처하는 방식
이 사건을 겪고 나서 나는 몇 가지를 스스로 정리하게 되었다. 사내 정치라는 건 결국 ‘관계 속의 힘의 균형’에서 비롯되는 일이고, 그런 상황을 무작정 피해 다니는 것만으로는 자신을 지킬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이후로는 관계 속에서도 나름의 기준을 세우기로 했다.
4-1. 말보다 기록을 남긴다
업무와 관련된 중요한 대화는 가급적 메일이나 메신저로 기록을 남겼다. 구두로 한 말은 언제든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실수 하나도 어떤 문맥에서 벌어진 일인지 기록이 남아 있다면, 억울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방어할 수 있다.
4-2. 무조건 피하지 않는다
정치적인 사람을 무조건 피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오히려 적당한 거리에서 관찰하고, 필요할 때는 단호하게 선을 긋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보다, 주변 사람들과의 신뢰를 조금씩 쌓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4-3. 자신의 평판을 스스로 관리한다
회사는 생각보다 '이미지'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공간이다.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스스로 나서서 하지 않더라도, 주변의 말들로 인해 이미지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하는 일과 태도에 대해 더 책임감을 갖고, 스스로를 드러내는 데에 주저하지 않기로 했다. 조용한 사람이라고 해서 억울한 상황에서도 말이 없는 건 아니다. 필요한 순간에는 나를 설명하고, 기록하고, 전달해야 한다.
5. 지금의 나는
그 사건 이후로 퇴사를 할까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다. 여러모로 도움을 받기도 했고, 당시 날 믿어준 팀장님 덕에 남아있을 수 있었다. 오히려 그 경험을 통해 더 단단해졌고, 사람을 보는 눈도 생겼다. 정치는 나와 상관없는 세계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직장에서의 정치는 나의 경력과 일상을 얼마든지 뒤흔들 수 있는 요소라는 걸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지금은 그때와는 다른 부서에서 일하고 있고, 좋은 동료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을 너무 빨리 신뢰하지는 않으려 한다. 신뢰는 말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행동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걸 배웠기 때문이다.
업무 능력이 전부가 아닌 회사라는 공간에서, 사람 사이의 관계는 때로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특히 정치적으로 행동하는 사람과 함께 일해야 할 때는 나름의 전략이 필요하다. 억울한 상황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좋은 사람'이 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알고, 필요할 땐 말을 하고, 때로는 싸움도 피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겪었던 그 두 달은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을 통해 배운 것들은 앞으로의 직장 생활을 훨씬 단단하게 만들어줄 자산이 되었다고 믿는다. 혹시 지금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면, 너무 오래 혼자 끙끙 앓지 말고,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선택을 하나씩 해나가길 바란다. 정치는 나와 상관없는 세계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현실이라는 것을, 나는 그때 뼈저리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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